시각장애인이 쇼핑을 못 한다면, 온라인몰의 책임
법원은 화면낭독기용 대체 텍스트 제공을 명령했지만, 1인당 10만원 위자료는 취소했다.
- 법원은 온라인몰에 화면낭독기용 대체 텍스트 제공을 명령했다.
- 다만 1인당 10만원 위자료 청구는 항소심에서 취소됐다.
- 차별 구제는 시정 명령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은 화면을 눈으로 보지 않는다. 화면낭독기(스크린 리더)가 읽어 주는 소리로 웹을 이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지 자체를 읽지 못한다. 대신 이미지에 붙은 설명 문구, 즉 대체 텍스트를 읽는다. 상품 사진에 '검정색 겨울 패딩, 사이즈 표 포함' 같은 설명이 없으면, 화면낭독기는 그저 '이미지'라고만 말하거나 침묵한다. 무엇을 파는지, 얼마인지, 어떤 조건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결제 버튼만 남는 셈이다.
온라인몰은 대체 텍스트를 제공할 의무가 있나
서울고법 민사16부는 시각장애인 963명이 한 대형 온라인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상품 정보와 거래조건 정보 등에 대해 화면낭독기용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취지의 소송이 다른 대형 유통업체 두 곳을 상대로도 제기됐고, 법원은 동일한 주문으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근거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다. 이 법은 재화·용역을 제공하는 자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정한다. 온라인 쇼핑몰도 재화·용역 제공자에 해당한다. 상품과 거래조건 정보는 소비자가 구매를 판단하는 핵심이다. 이 정보에 대한 접근이 시각장애를 이유로 사실상 막힌다면, 법이 금지하는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판결의 흐름이다.
모든 이미지에 설명을 달아야 하나
대체 텍스트 의무의 범위가 무한하지는 않다. 판결이 초점을 둔 대상은 상품 정보와 거래조건처럼 구매 결정에 직접 관련되는 정보다. 어떤 상품인지, 가격과 배송·교환 조건은 어떤지 같은 내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단순 장식용 이미지나 구매와 무관한 요소까지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다뤄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동등한 이용'이라는 기준이다. 비장애인이 화면에서 얻는 핵심 정보를 시각장애인도 화면낭독기로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기술적으로 과도한 부담이 되는지, 정보 접근이 실제로 차단됐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이겼는데 위자료는 왜 취소됐나요
1심은 원고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 위자료 부분을 취소했다. 시정을 명령하는 부분은 유지하면서, 금전 배상 책임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구제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차별 행위를 멈추거나 시정하도록 하는 적극적 조치이고, 다른 하나는 손해배상이다. 손해배상, 특히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되려면 위법성과 손해 발생 등에 관한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시정 의무가 인정된다고 해서 위자료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접근성 개선 명령'과 '금전 배상'이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 준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소비자라면, 특정 온라인몰에서 상품 정보를 화면낭독기로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차별 구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어떤 페이지의 어떤 정보에 접근이 막혔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화면 캡처, 낭독기 이용 기록 등은 다툼이 생겼을 때 근거가 된다.
사업자라면, 이 판결의 핵심은 '결과의 동등성'이다. 시각장애 소비자가 상품과 거래조건 정보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며, 웹 접근성 지침에 따른 대체 텍스트 정비가 현실적인 대응이다. 다만 소송에서 배상까지 인정될지는 시정 의무와 별개로 판단된다는 점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대체 텍스트가 없으면 무조건 차별인가요?
핵심 정보에 대한 접근이 시각장애를 이유로 막혔다면 차별로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다만 장식용 이미지처럼 구매 결정과 무관한 요소까지 동일한 의무가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정보 접근이 실제로 차단됐는지가 관건입니다.
소송에서 이기면 위자료도 받을 수 있나요?
시정 명령과 위자료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이번 항소심은 대체 텍스트 제공은 명령하면서도 1인당 위자료 청구는 취소했습니다. 금전 배상은 위법성과 손해에 관한 별도 입증이 필요합니다.
어떤 정보에 대체 텍스트를 요구할 수 있나요?
판결이 초점을 둔 대상은 상품 정보와 거래조건 정보처럼 구매 판단에 직접 관련된 내용입니다. 비장애인이 화면에서 얻는 핵심 정보를 화면낭독기로도 동등하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