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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안 붙었는데 방화죄, '착수'는 언제?

자동점화장치를 달고 타이머를 맞춘 순간, 불꽃이 오르지 않아도 법은 이미 '방화에 착수했다'고 본다.

자문변호사이지은· 법무법인 그날 부대표변호사
Published — 2026.10.14읽는 시간 3분
At a Glance한눈에 보기
  • 타이머 맞춘 점화장치 설치만으로 방화 실행 착수가 인정된다.
  • 불이 붙었는지보다 '위험이 현실화 직전인가'가 기준이다.
  • 예비와 미수는 처벌 차이가 크니 단계 구분을 알아둬야 한다.

아파트 안에 자동점화장치를 설치하고 타이머까지 맞춰 뒀다. 그런데 불은 끝내 붙지 않았다. 이때 법은 '아직 아무 일도 없었다'고 볼까, 아니면 '방화에 손을 댔다'고 볼까. 대법원은 후자라고 봤다. 2026년 10월 전해진 판단에 따르면, 실제 발화가 없었더라도 자동점화장치 설치와 타이머 설정을 마쳤다면 방화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불이 안 붙었는데 왜 방화죄인가

범죄는 대개 세 단계로 나뉜다. 마음만 먹은 단계(예비·음모), 실제로 범행을 시작한 단계(실행의 착수), 그리고 결과가 완성된 단계(기수)다. 방화죄의 '기수'는 불이 목적물에 옮겨붙어 독립해 타기 시작한 때로 알려져 있다. 불꽃이 커튼이나 벽에 옮겨붙어 스스로 연소를 이어가면 그때 범죄가 완성된다.

문제는 그 직전이다. 불은 아직 안 붙었지만, 붙기까지 손 쓸 게 남지 않은 상태. 이 지점을 법은 '실행의 착수'로 본다. 착수가 인정되면 결과가 없어도 '미수'로 처벌할 수 있다. 자동점화장치에 타이머까지 설정했다면, 범인이 더 이상 개입하지 않아도 정해진 시각에 불이 붙도록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이다. 발화라는 결과만 시간 문제로 남은 상태를 법은 가볍게 보지 않는다.

'실행의 착수'를 가르는 기준

핵심은 '위험이 현실화되기 직전인가'다. 판례는 범인의 행위가 법이 보호하려는 대상(여기서는 사람의 생명·재산)에 대한 위험을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일으키기 시작한 때를 착수 시점으로 본다. 단순히 라이터와 기름을 사 둔 단계는 아직 '예비'에 가깝다. 반면 점화 준비를 끝내고 발화 과정을 자동으로 돌려놓은 단계는 위험이 손을 떠나 흐르기 시작한 상태다.

자동점화장치 사안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사람이 직접 불을 붙이는 경우라면 '라이터를 켜 들이댄 순간'처럼 착수 시점이 비교적 분명하다. 그러나 기계가 대신 불을 붙이는 구조에서는 범인이 현장을 떠난 뒤에도 위험이 진행된다. 이때는 '장치를 작동 가능한 상태로 세팅한 때'를 위험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판단의 취지로 읽힌다.

타이머만 맞춰도 처벌받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관계에 따라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준비 행위가 곧바로 착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장치를 설치만 하고 아직 작동 설정을 하지 않았거나, 발화까지 여러 단계가 더 남아 있다면 '예비' 단계에 머문다고 볼 여지가 있다. 예비와 미수는 처벌 강도가 다르고, 방화 예비·음모는 별도 규정에 따라 다뤄진다.

반대로 타이머 설정까지 끝나 자동으로 발화가 진행되는 구조라면, 중간에 누가 발견해 장치를 꺼서 불이 안 붙었더라도 이미 착수한 뒤의 '중지' 또는 '장애'로 평가된다. 즉 '불이 안 붙었다'는 사실 하나로 책임을 벗기는 어렵다. 결과가 없었다는 점은 기수냐 미수냐를 가를 뿐, 착수 여부 자체를 뒤집지는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 봐야 하나

이 판단이 일반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방화죄에서 처벌 여부를 가르는 선은 '불이 실제로 붙었는가'가 아니라 '위험을 자동으로 굴러가게 만들었는가'라는 점이다.

혹시 수사나 재판의 당사자가 됐다면, 다툼의 초점은 '어느 시점에 무엇을 했는가'에 맞춰진다. 장치가 실제 작동 가능한 상태였는지, 발화까지 남은 단계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멈췄는지 아니면 외부 요인으로 불발됐는지가 예비·미수·기수를 가른다. 자수나 자발적 중지 여부는 양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사정은 기억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록으로 정리해 두는 편이 낫다. 단계 구분이 곧 처벌 수위를 가르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03

방화 미수와 방화 예비는 어떻게 다른가요?

예비는 범행을 위한 준비 단계이고, 미수는 이미 실행에 착수했으나 결과가 완성되지 않은 단계입니다. 자동점화장치를 작동 가능한 상태로 세팅했다면 미수로, 재료만 모아 둔 단계라면 예비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둘은 적용 조문과 처벌 수위가 다릅니다.

불을 붙이려다 스스로 멈추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착수한 뒤 자발적으로 중지했다면 중지미수로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실행에 착수한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외부 발각으로 멈춘 경우와 스스로 멈춘 경우는 법적 평가가 다릅니다. 자발성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장치가 고장 나 불이 안 붙었어도 방화죄인가요?

장치를 작동 설정까지 마쳤다면 결과가 없어도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불이 붙지 않은 원인이 고장·발각 등 외부 사정이라면 착수 자체는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애초에 발화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단이었다면 불능미수 여부가 별도로 다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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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본 기사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