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 모아줬다고 '5% 보고' 의무 생길까
대법원이 특정 주총을 위한 일시적 위임과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를 명확히 갈랐다.
- 단순 위임장 캠페인만으로는 5% 보고의무가 생기지 않는다
- 특정 주총용 일시적 위임과 지속적 공동보유는 다르다
- 위임 목적·범위·기간을 문서로 명확히 남겨두는 게 안전하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 소액주주가 온라인에 글을 올린다. "이번 안건 반대에 힘을 모읍시다. 위임장을 보내주세요." 수십 명이 의결권을 위임한다. 이렇게 모인 지분이 5%를 넘는다면, 위임장을 모은 그 주주는 금융당국에 '대량보유 보고'를 해야 할까. 대법원이 최근 이 물음에 답을 내놨다.
위임장을 모으면 '공동보유자'가 되나요?
결론부터 보면, 특정 주총을 위한 일시적 위임만으로는 공동보유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2026년 9월 10일 선고한 2026다200657 판결에서 이 법리를 분명히 했다.
자본시장법은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그 사실을 보고하도록 한다. 이른바 '5%룰'이다. 여기서 보유 지분을 계산할 때는 본인 지분뿐 아니라 '공동보유자'의 지분까지 합산한다. 공동보유자란 다른 주주와 합의해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한 사람 등을 말한다.
문제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위임장 권유)에 응해 의결권을 맡긴 주주들이다. 이들을 전부 공동보유자로 본다면, 위임장을 모은 사람은 순식간에 거대한 보고의무를 지게 된다. 대법원은 그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일시적 위임과 공동보유는 무엇이 다른가
핵심은 '지속성'과 '합의의 실질'이다. 대법원은 특정 주총의 특정 안건을 위해 한 번 의결권을 위임하고 대리행사하게 하는 것과, 자본시장법이 말하는 공동보유를 구분했다.
위임장 권유는 성격상 그 주총이 끝나면 효력이 소멸하는 일시적 관계다. 위임한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계속 보유할지, 다음 주총에서 같은 편에 설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런 느슨한 관계를 두고 '지분을 공동으로 운용·관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여러 주주가 주식 취득·처분이나 의결권 행사를 지속적으로 함께하기로 약정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영권 확보를 겨냥해 지분을 묶고 공동 행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는 위임장이라는 형식을 썼더라도 실질을 따져 공동보유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결국 형식이 아니라 합의의 내용과 지속성이 기준이 된다.
소액주주 캠페인은 안심해도 되나
이번 판결은 소액주주 운동에 숨통을 틔워준 측면이 있다. 그동안 위임장을 모으는 주주들은 '혹시 나도 보고 대상 아닌가' 하는 불확실성을 안고 움직여야 했다. 대법원이 단순 위임장 캠페인은 보고의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확인하면서, 그 부담이 줄었다.
다만 모든 위임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주총용 위임장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지분을 묶어 지속적으로 공동 행동하기로 했다면, 보고의무를 피하려는 '우회'로 평가될 수 있다. 판단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위임장을 모으는 쪽이라면 위임의 목적과 범위, 기간을 문서로 분명히 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이번 주총 ○○ 안건에 한정한다'는 점을 위임장에 명시하면, 지속적 공동보유가 아니라는 근거가 된다.
반대로 경영권 분쟁처럼 여러 주주가 장기적으로 손을 잡는 상황이라면, 위임장 형식에 기대 보고의무를 피했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합의의 실질이 공동보유에 해당하면 보고 누락은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이 '일시적 위임'인지 '지속적 공동보유'인지 모호하다면, 움직이기 전에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편이 낫다.
자주 묻는 질문
소액주주 운동으로 위임장을 모으면 5% 보고를 해야 하나요?
특정 주총 안건을 위한 일시적 위임장 수집만으로는 공동보유가 성립하지 않아 보고의무가 바로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위임을 계기로 주주들과 지속적으로 지분을 묶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면 실질을 따져 보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위임장에 무엇을 써두면 안전한가요?
위임의 목적과 대상 안건, 효력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정기주총 특정 안건에 한정한다'는 문구가 있으면 지속적 공동보유가 아니라는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포괄적·무기한 위임은 공동보유로 해석될 여지를 키웁니다.
경영권 분쟁에서도 위임장만 쓰면 보고의무를 피할 수 있나요?
형식이 위임장이라도 여러 주주가 지분 취득·처분이나 의결권을 지속적으로 함께하기로 합의했다면 공동보유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보고를 빠뜨리면 제재 대상이 되므로, 합의의 실질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